[책마을] 권력게임서 이기려면 '바보의 가면'을 써라

입력 2021-12-23 18:18   수정 2021-12-24 02:06


어떻게 하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지 않을까. 새해면 누구나 떠올리는 고민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닦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만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되고 만다. 날마다 그런 자신을 다독여주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오늘의 법칙》이 그런 책이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가지씩 지혜와 조언을 제시한다. 저자는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인간본성의 법칙》 등을 써 온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린은 자신의 저작과 미공개 원고에서 핵심을 추출해 이 책을 썼다. 25년간 그가 탐구한 모든 법칙을 한 권에 담은 압축판이다.

그린은 ‘현대의 마키아벨리’로 불린다. 그만큼 그의 세계관은 현실적이다. 세계는 권모술수가 판치고, 총성 없는 전쟁터다. 하지만 거짓 관념이 이를 가린다고 그는 지적한다.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고, 갈등은 나쁜 것이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식이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이런 거짓 관념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는 온갖 거짓 관념으로 우리 머릿속을 채워 세상과 인간 본성의 현실이 아니라 당위를 믿게 한다”는 것. 이런 이상론에 계속 빠져 있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더라도 경력과 인간관계의 손실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적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더 큰 권력을 얻고, 더 강해지며, 내 삶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내가 하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다만 다른 사람을 짓밟고 중상모략하라고 가르치진 않는다. 악(惡)에 맞서려고 스스로 악이 될 필요는 없지만, 악에 맞서 싸울 힘은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영웅도 힘과 전략 없이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저자는 1년을 3개월로 나눠 네 가지 큰 주제로 책을 엮었다. 첫 석 달(1~3월)에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아갈 방향을 찾으라고 말한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릴 적 집착했던 것이나 즐겼던 것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린 시절의 성향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타인의 욕구에 물들지 않은 끌림을 뚜렷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길은 일직선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너무 거창하고 야심찬 것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점을 찍다 보면 그게 언젠가는 다 이어지더라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얘기와 맞닿아 있는 구절이다.

그린은 대학에서 고전과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를 전공한 뒤 잡지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어느 날 상급자가 자기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걸 알게 됐다. 아이디어를 더 적극적으로 나누고, 다정하게 다가가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 직장을 그만두고 말았다. 그린은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주인보다 더 빛나지 말라’는 권력의 법칙을 어긴 것이었다. 이는 훗날 그가 쓴 《권력의 법칙》에 20번째 법칙으로 들어갔다.

책의 두 번째 주제는 이런 직장 생활에서의 권력 게임을 다룬다. 학교에선 정직하고 솔직하라고 가르치지만 직장에서는 위장이 필요하다. 책은 “당신이 야심가지만 지위가 낮다면 실제보다 멍청하게 보이라”고 말한다. “노력 없이 성취를 거둔 것처럼 보이게 하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남다른 위업을 존경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수월하게 성취됐다면 존경심이 10배가 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권력 게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세상은 거대한 음모가 벌어지는 궁정과 같으며 우리는 모두 그곳에 갇힌 신세다. 게임에서 빠질 방법은 없다. 모두가 참가자다.”

마지막 부분(10~12월)에 이르러선 인간 본성을 성찰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저자는 세상의 여러 문제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지적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느끼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이 옳다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집단의 광기에 끌려 들어가선 안 된다고 말한다. “모든 생명의 덧없음을 체감하라”거나 “자신의 무의미함을 받아들여라”고 하는 부분에선 해탈의 경지까지 느껴진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에겐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이 함께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의 법칙》도 비슷하다. 지혜와 자기 성찰, 행동력, 관찰력, 전략적 아첨, 정치적 감각 등을 모두 갖출 것을 권한다. 말은 쉽지만 따라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각각 600여 쪽에 이르는 저자의 책들을 한 권으로 압축해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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